온갖 꽃들이 요란스럽게 일제히 터트려져 광채가 찬란하다. 이때에 바람이 살짝 불어오면 향기가 코를 스친다.
*관련성어 백화난만(百花爛漫, 온갖 꽃이 활짝 펴 아름답고 흐드러지다.), 아름다운 꽃의 모습과 향기를 시각적 후각적 이미지로 제시
때마침 꼴베는 자가 낫을 가지고 와서 손 가는 대로 베어 내는데, 아쉬워 돌아보거나 거리끼는 마음도 없다. 나는 이에 한숨을 쉬며 탄식하여 말하였다. // 꽃을 베는 것을 보고 탄식함
*꼴: 짐승에게 먹이는 풀, 자: 꽃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
*나: 꼴베는 자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음
“땅이 낳고 하늘이 기르는바, 만물이 무성히 자라며 모두가 광대한 은택을 입는구나.
*영탄법으로 광대한 은택을 강조
이에 따스한 바람이 불어 갖가지 형상을 아로새기고 단비를 내려 온 둘레를 물들이니, 천기(天機)를 함께 타고나 형체를 부여받음에 각기 그 자질에 따라 고운 자태를 드러낸다. 모란의 진귀하고 귀중함을 해당화의 곱고 아름다움에 견주어 보면, 비록 크고 작은 차이는 있겠으나, 어찌 공교함과 졸렬함에 다른 헤아림이 있었겠는가? // 차이가 없는 만물
*모란이나 해당화는 차이가 있지만, 귀하고 천함으로 구분하여 다르다고 생각, 설의법으로 모란과 해당화를 귀하고 천함으로 나눌 수 없다는 것을 강조
(중략)
그런데도 귀함이 저와 같고 천함이 이와 같아, 어떤 것은 부호가의 깊은 장막 안에서 눈앞의 봄바람을 지키고, 어떤 것은 짧은 낫을 든 어리석은 종의 손아귀에서 가을 서리처럼 변한다.
이 어찌 된 일인가? 뜨락은 사람 가까이에 있고 교외의 땅은 멀리 막혀 있어 가까운 것은 친하기 쉽고 멀리 있는 것은 저어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뜨락: 집안의 빈터, 교외: 집밖, 저어하다: 서먹서먹하다
*문답법 설의법으로 차별적 인식의 잘못임을 강조함
아니면 요황과 위자는 성씨가 존엄한데 범상한 화초는 이름이 없으며, 성씨가 존엄한 것은 곱게 빛나는데 이름 없는 것들은 먼 데서 이주해 온 백성 같은 존재이기 때문인가?
*요황과 위자: 모란의 진귀한 품종을 일컫는 말
*성씨가 존엄: 이름이 범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엄숙하다
그도 아니면 뿌리가 깊은 것은 종족이 번성한데 빽빽이 늘어선 것들은 가늘고 작으며, 높고 큰 것은 높은 자리에 있고 가늘고 작은 것들은 들판에 있기 때문인가? // 차별받는 이유를 생각함
*차별하는 까닭을 대조적인 근거를 들어 제시함, 의문의 형식으로 독자의 관심을 유도함
아! 낳는 것은 하늘에 달려 있으나 영화롭게 하는 것은 인간에 달려 있다.
*인간에 의해 영화로움이 결정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영탄법)
하늘은 사사로움이 없기에 그 조화(造化)가 균일하지만, 인간은 널리 베풀지 못하므로 소원함도 있고 친함도 있는 것이다.
*하늘과 인간의 속성을 대비하여 인간의 잘못을 지적
하늘이 이미 낳아 주었는데 또 어찌 사람이 영화롭게 하고 영화롭지 못하게 한다고 원망하겠는가?
*원망하지 않는 풀의 태도를 설의법으로 보여줌
나에게는 비록 감정이 있지만 풀에는 감정이 없으니, 그것이 소의 목구멍을 채우는 것과 나비로 하여금 다투어 찾도록 하는 것을 어찌 달리 보겠는가?”// 원망하지 않는 풀의 덕성 예찬
*풀에 자세를 의인화하여 덕성 예찬
●핵심정리
▶갈래 : 고전 수필
▶성격 : 비판적, 교훈적, 예찬적
▶주제 : 자연의 본성을 무시하는 인간에 대한 성찰 // 자연을 차별하는 태도 비판
▶특징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살펴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태도에 대한 성찰을 드러냄
-묵묵히 받아들이는 풀의 덕성을 예찬함
-의인법 문답법 설의법 열거법을 활용하여 주제를 드러냄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대상을 구체적으로 형상화
-대조적 상황을 설정하여 논리를 전개
-인간이 스스로 설정한 기준에 의해 자연물을 차별하는 태도를 비판적으로 성찰함.
-자연을 바라보는 하늘과 인간의 시각을 대비해 주제를 강조하여 드러냄.
-비유적 표현으로 대상의 모습이나 상황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함.
-설의적 표현을 사용해 글쓴이의 의도와 정서를 강조함.
-감탄사를 사용해 감정을 강하게 드러냄.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꽃과 풀을 소재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살펴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태도에 대한 성찰을 드러내고 있는 고전 수필이다. 글쓴이는 만물이 하늘로부터 형체를 부여받아 각기 그 자질에 따라 고운 자태를 드러내기 때문에 공교함과 졸렬함에 차이가 없는데, 인간이 자의적으로 귀하고 천하다는 구별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늘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꽃과 풀은 조화가 균일한 것이므로, 인간이 꽃과 풀이 위치하는 공간과의 거리나 꽃과 풀의 크기 등에 얽매여 가치의 우열을 정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전달한다.
공지사항 
2-1 수업활동
고전문학
이문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