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길잡이
명문(名門)에서 태어난 유씨 부인은 문한가(文翰家)에 출가하였으나, 가세가 빈한하고 자녀도 없는데다가 과부로 삯바느질에 마음을 붙여 지내오던 중, 아끼던 바늘이 부러짐에 서러운 정을 이기지 못하여, 바늘을 의인화하여 제문 형식으로 추도하여 쓴 글이다.
●핵심정리
▶갈래 : 바늘을 의인화하여 제문(祭文)의 형식을 빌어 쓴 수필
▶문체 : 내간체, 국한문 혼용체
▶주제 : 부러뜨린 바늘을 애도함
▶감상 : 부러진 바늘을 의인화하여 함께 했던 긴 세월의 회고, 바늘의 공로와 재질, 모습과, 부러진 날의 놀라움과 슬픔, 자책, 회한 등이 잘 드러나 있다.
▶의의 : ① <의유당 관북 유람일기>, <규중칠우쟁론기>와 더불어 여류 수필의 백미. ② 문장의 가락이나 호흡이 우아하고 애절하여 문학적 가치가 높음 ③ 여성적인 감각으로 신변적 일상적인데서 소재를 취함
▶특징 : 바늘을 의인화하여 사실을 과장한 표현이 엿보이며, 의성어와 의태어로 생생한 느낌을 줌
●구성
▶기사 : 영결의 심회를 적는 취지 - 남달리 바늘에 정회가 깊어 이 글을 적어 영결
▶본문 : 바늘의 행장과 나 - 바늘과의 동고동락
① 바늘을 얻은 내력 ② 바늘과 작자와의 관계 ③ 바늘의 신묘한 재주 ④ 바늘과의 각별한 인연
⑤ 바늘이 부러진 경위
▶결사 : 애도의 심정과 후세의 기약
●연구문제
1. 윗글로 미루어 작가에 대해 말한 것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① 잔정이 많은 다정 다감한 여인이다. ② 시댁은 벼슬을 하는 양반 집안이다.
*③ 진취적인 생활 태도를 지닌 여인이다. ④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서 사는 여인이다.
⑤ 자식 없이 바느질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해설> ③ 작가는 바늘이 부러진 사건을 당하여, 그 섭섭함을 글로 적어 표현했다. 미망인으로서 자식도 없는 처지에서 바느질에 의지해 생계를 꾸려나가는 작가는 바늘이 부러진 사건과 남편과의 사별이 마음 속에서 교차하면서 느낀 감회를 바늘이라는 사물을 의인화시켜 표현한 것이다. ①은 바늘이 부러진 사건에도 섭섭한 마음을 갖는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고, ②는 (나)에서 시삼촌이 동지상사에 임명된 사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④는 (가)에서 자신을 미망인이라고 한 데서 알 수 있고, ⑤는 (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윗글의 표현상의 특징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① 대상을 의인화하였다. ② 사실을 다소 과장하였다.
*③ 대상을 관조적으로 표현했다. ④ 우아하고 섬세한 산문체 문장이다.
⑤ 감정이 고조된 곳은 운문체로 표현했다.
<해설> ③작가는 바늘을 의인화하였고, (라)에서 바늘의 기능을 표현하면서 과장하였고, 문장이 전반적으로 감정을 섬세하면서도 격하지 않게 표현하였다. 또한 (마)의 첫 구절 '아깝다 바늘이여, 어여쁘다 바늘이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감정이 고조된 곳에서는 운문의 형식을 취했다. 그러나 고요한 마음으로 대상을 관찰하는 관조적인 태도는 작가가 어느 정도의 감정 표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알맞은 설명으로 볼 수 없다.
3. (가)-(마) 중, 바늘이 지닌 순종의 덕성이 드러난 곳은?
① (가) ② (나) ③ (다) ④ (라) *⑤ (마)
<해설> ⑤ (가)는 이 글을 쓰게 된 취지를 담고 있고, (나)는 바늘을 얻게 된 내력과 연분을 담고 있으며, (다)는 작가의 처지를 담고 있고, (라)는 바늘의 품질과 재치를, (마)는 순종하면서 무궁한 조화를 이루어 내는 바늘의 재질을 담고 있다.
4. ㉠의 문맥적 의미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무관심한 ② 무뚝뚝한 ③ 생각이 없는 *④ 생명이 없는 ⑤ 의미가 없는
<해설> ④ ㉠의 다음 구절을 보면, '사랑스럽고 미혹하다.'고 했고, '비록'이라는 부사어의 의미를 함께 고려하면, ㉠은 바늘이 '사랑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 가장 부합하는 '무정물(無情物)'과 가장 가까운 '생명이 없는'이 답으로 알맞다.
5. 글쓴이의 정서와 가장 가까운 것은?
①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② 청초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엇난다.
홍안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나니
잔 잡아 권할 이 없을새 그를 슬허 하노라.
③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어 있어
백설이 만건곤(滿乾坤)할 제 독야청청(獨也靑靑)하리라.
*④ 동기(同氣)로 세 몸 되어 한 몸같이 지내다가
두 아운 어디 가서 돌아올 줄 모르는고.
날마다 석양(夕陽) 문외(門外)에 한숨 겨워 하노라.
⑤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로다냐.
이시라 하더면 가라마난 제 구타여
보내고 그리난 정(情)은 나도 몰라 하노라.
<해설>④글쓴이는 물건이지만 정이 든 바늘이 부러진 것에 대해 슬퍼하고 있다. ① 양사언 ― 노력하지 않고 남만 탓하는 세태 비판. ② 임제 ― 황진이의 죽음을 슬퍼함. ③ 성삼문 ― 굳은 절개를 표출, ④ 박인로 ― 소식을 알 수 없는 형제에 대한 그리움. ⑤ 황진이 ― 떠난 임에 대한 그리움.
●이해와 감상
바늘 하나에 이런 섬세한 조문을 쓸 정도라면 이 글을 쓴 사람의 심성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할 것인가? 지금처럼 물건과의 관계가 일회용인 시대에 바늘 하나에 대한 지은이의 섬세한 감성은 지금처럼 매사에 실용성만 강조하고 일회용처럼 매사를 대하는 현대인에게 대단히 의미심장한 일로 받아 들여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끼던 바늘을 의인화하여 조문을 바치는 작자의 심성을 보면서 현대인의 자세를 생각해 보는 좋은 글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조침문이 이렇게 설명되고 있다.
「조침문은 조선 순조 때 유씨부인(兪氏夫人)이 지은 고전수필로 국문체이고 일명 ‘제침문’이라고도 한다. 부러진 바늘을 의인화하여 쓴 제문(祭文)이다. 미망인 유씨의 작품으로 알려졌을 뿐 연대와 작자의 인적사항은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작자는 사대부 가문의 청상과부인로 생각되는데, 그 문장실력과 고사(故事)에 능통한 점으로 보아, 비록 삯바느질을 하고 있는 처지이나 어려서부터 독서와 문안편지쓰기로 실력을 닦아온 양반집 딸인 듯하다.」
고어(古語)의 자취 및 표기법상으로 볼 때, 조선조 말 내간체 작품들과 별 차이 없으므로 보아 연대는 19세기 중엽으로 볼 수 있다. 서두를 “ 모년 모월 모일 미망인 모씨가 두어 자(字) 글로써 침자(針子)에게 고하노라. ” 라고 시작하였다. 그리고 바늘과 함께 했던 긴 세월을 회고하고 바늘의 공로와 바늘의 요긴함, 바늘의 모습과 재주를 찬양한 뒤 부러지던 날의 놀라움과 슬픔, 그렇게 만든 자신에 대한 자책과 회한, 그리고 내세의 기약으로 끝을 맺고 있다. 한 개의 바늘을 가지고 27년을 썼다는 사실은 조심성 깊고 알뜰한 여심을 말해 준다. 한편 자녀 하나 두지 못한 외로운 여인이 생계를 그것에 의지하고, 반생을 동고동락하여 왔음을 전제로 이 작품을 이해하여야 될 것이다.
“자식이 귀하나 손에서 놓을 때도 있고, 비복이 순하나 거슬릴 때도 있나니.”라고 하여 자식과 비복보다 낫다고 한 점, 또 바늘이 부러지던 순간, 잠시 동안 혼절하였다는 표현에서 바늘에 대한 작자의 뛰어난 표현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추호(秋毫) 같은 부리는 말하랴는 듯하고, 뚜렷한 귀는 소리를 듣는 듯하도다.”라는 표현은 바늘을 생명체요 유정물(有情物)로 인정하고 표현한 것인데, 그 표현은 신기(神技)에 가깝다 할 것이다. 이 작품은 제문에 얽힌 작자의 애절한 처지와 아울러 뛰어난 문장력과 한글체 제문이라는 측면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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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