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감상하기
이웃에 장씨 성을 가진 자가 살았다. 그가 집을 짓기 위하여 나무를 베려고 산에 갔는데, 우거진 숲 속의 나무들을 모두 둘러보았지만 꼬부라지고 뒤틀린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산꼭대기에서 한 그루의 나무를 발견하였는데, 정면에서 바라보나 좌우에서 바라보나 곧았다. 장씨가 쓸 만한 재목이다 싶어 도끼를 들고 다가가 뒤쪽에서 바라보니, 형편없이 굽은 나무였다. 이에 도끼를 버리고 탄식하였다. / 좋은 재목을 구하는 어려움
→ 경험을 통한 깨달음 : 이 글은 '굽은 나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곧은 줄 알았던 나무가 자세히 보니 굽었다는 것인데, 이로부터 현실의 문제를 깨닫는다. 그 깨달음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는 나무도 굽은 것이 있는데 사람은 더러운 현실에서 자라기 때문에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직한 사람보다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 나라의 일에 중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 재목으로 쓸 나무는 보면 쉽게 드러나고, 판단하기도 쉬운 법이다. 그런데 이 나무를 내가 세 번이나 바라보고서도 재목감이 아니었다는 사실(굽은 나무였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러니 겉으로 후덕해 보이고 인정 깊은 사람일지라도 어떻게 그 본심을 알 수 있겠는가?
→ 사물(나무)에서 인간의 삶을 유추
말을 들어보면 그럴 듯하고 얼굴을 보면 선량해 보이고 세세한 행동까지도 신중히 하므로 우선은 군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큰일이나 중대한 일에 당하여서는 그의 본색이 드러나고 만다.
국가가 망하는 원인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사람(겉과 속이 다른 사람. 곡목과 같은 사람)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 재목 고르기와 인재 구하기의 어려움이 유사함
그런데 나무가 자랄 때는 짐승들에게 짓밟히거나 도끼 따위로 해를 받은 일이 없이 오직 이슬의 덕택에 날로 무성하게 자란다.(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는 나무)따라서 마땅히 굽은 데 없이 곧아야 할 텐데 꼬부라지고 뒤틀려서 이처럼 쓸모 없는 재목이 되고 말았다. 하물며 요즘 같은 세상살이에 있어서이겠는가?
물욕이 진실을 어지럽히고 이해(이익과 손해)가 판단력을 흐리게 하기 때문에 천성을 굽히고 당초에 먹은 마음에서 떠나고 마는 자가 많다.(바람직하지 못한 인간 세태) 때문에 속이는 자가 많고 정직한 자가 적은 것을 이상하게 여길 일은 아니다.(인간이 자라는 환경이 이미 옳지 못하기 때문에) / 천성을 속이고 부정직한 세태를 따르는 사람이 많음(환경 결정론)
장씨가 이러한 생각을 내게 전하기에, 나는 이렇게 말해 주었다.
"그대는 정말 잘 보았습니다. 그러나 나에게도 할 말이 있습니다. 서경 홍범편에 오행(五行)을 논하면서, 나무를 곡(曲)과 직(直)으로 설명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나무가 굽은 것은 재목감은 안 될는지 몰라도 나무의 천성으로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공자(孔子)는 '사람은 정직하게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게 살아가는 자(천성을 어기는 자)는 요행히 죽음만 모면해 가는 것이다.' 하였습니다.(천성적으로 정직하지 못한 자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바로 운명임) / 나무의 굽음과 곧음은 모두 천성임
그렇다면 정직하지 못한 자가 죽음을 모면하고 살아가는 것 또한 요행(행운)일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보건대, 이 세상에서 굽은 나무는 아무리 서투른 목수일지라도 가져다 쓰지 않는데, 정직하지 못한 사람은 잘 다스려지는 세상에서도 버림받지 않고 쓰여지고 있습니다. 큰 집의 구조를 살펴 보십시오. 공과 경(벼슬아치의 정도)과 대부 그리고 사(양반)가 예복을 갖추어 입고 궁전에 드나드는데, 그 중 정직한 도리를 간직하고 있는 자는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 굽은 나무는 항상 불행을 겪고 사람은 정직하지 않은 자가 항상 행운을 잡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굽은 나무는 쓰임을 얻지 못하는데, 사람은 정직한 자가 버림을 받는다.)
옛말에 '곧기가 현(絃 : 악기 줄)과 같은 자는 길거리에서 죽어 가고 굽기가 구(鉤 : 갈고리)와 같은 자는 공후(公侯 : 제후)에 봉해진다.'고 하였습니다. 이 말은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 굽은 나무보다 많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것입니다." / 부정직한 사람만 중용되는 현실 비판
●핵심정리
▶갈래 : 설, 한문 수필
▶성격 : 비유적, 비판적, 예시적, 유추적, 풍자적
▶제재 : 굽은 나무를 곧은 나무로 오해한 경험
▶주제 : 나무를 통해서 본 세태 비판
▶'나'의 궁극적 주장 : 도덕성을 갖춘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
▶특징
-유추의 방식으로 글을 전개
-대화를 통해 주제 의식을 드러냄
-당대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을 담고 있음
-타인의 경험을 사회적 현실로 확장시켜 교훈을 전달
-경험에 근거해 현실을 분석, 비판함으로써 독자의 이성에 호소
-장씨가 얻은 깨달음의 한계를 나(작가)가 깨우쳐 주는 구조-나의 가르침이 결론
●내용정리
▶장씨의 입장-①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② 물욕이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혀 천성이 굽었다.
▶나의 입장-정직하지 못한 사람들이 행운을 잡고 있다.
●이해와 감상
유추의 방식을 이용해서 인간 세상을 비판하고 있다. '장씨'는 굽은 나무를 재목감으로 잘못 인색했던 체험을 통해서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한편, 물욕이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혀서 천성이 굽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글쓴이는 나무는 굽음과 반듯함이 쉽게 드러나지만, 사람은 그것이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굽은 나무는 목수에게 버려지는데, 정직하지 못한 사람은 세상에서 버림받지 않음을 개탄하고 있다.
<추가>
이 글은 '곡목'에 대한 '설'이다. '곡목'은 '굽은 나무'라는 뜻이므로, 이 글은 '굽은 나무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사소한 경험을 가지고 두 사람이 자기 생각을 말하였는데, 두 사람의 생각이 자기 생각을 말하였는데, 두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 판단하면서 읽어야 글 전체의 의도를 파악할 수가 있다. 유추의 방식(올바른 인재 등용의 중요성과 당위성을 나무의 쓰임새를 통해 전달. 유추의 예 -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일은 새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우리말을 바로 세우는 일에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황소개구리의 황소 울음 같은 소리에 익숙해져 청개구리의 소리를 잊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을 이용해서 인간 세상을 비판하고 있다. '장씨'는 굽은 나무를 재목감으로 잘못 인식했던 체험을 통해서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한편, 물욕이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혀서 천성이 굽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글쓴이는 나무는 굽음과 반듯함이 쉽게 드러나지만, 사람은 그것이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굽은 나무는 목수에게 버려지는데, 정직하지 못한 사람은 세상에서 버림받지 않음을 개탄하고 있다.
●더 알아보기
▲정직하지 못한 자가 중용되는 현실
ex)此曲士之所以多於曲木者徵也夫(차곡사지소이다어곡목자징야부) : 이 말을 통해서도 곡사(曲士)가 곡목(曲木)보다 대우를 받는다는 것을 징험할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의 태도와 유사한 내용 - 변변찮은 나라로서 두 오랑캐 나라 사이에 끼어 있으니, 모든 인재들이 나라 를 위해 쓰이지 못할까 오히려 염려하더라도 나라 일이 구제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 그런데 반대로 자신 이 그러한 길을 막고는 한탄하기를, "인재가 없군. 인재가 없군.“하니 월나라로 가면서 수레를 북쪽으로 돌리 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허균의 유재론(遺才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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