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감상
점심을 먹은 후, 다시 돌부리를 부여잡기도 하며 5, 6리쯤(약 2km 정도) 나아가 영랑재에 올랐다(‘재’는 높은 산의 고개‘). 천봉만학의(수많은 봉우리와 골짜기) 기괴한 형상을 굽어보았다. 주요 형상을 조금 들어 이름 붙여 말하면 이러하다.
사람 모습을 한 것, 새 모습을 한 것, 짐승 모습을 한 것이 있었다, (봉우리의 모습, 시각적 표현) 사람 모습을 한 것은 앉은 듯 일어선 듯, 우러러보는 듯 굽어보는 듯하여(시각적인 느낌의 감각적 어휘로 생생함 표현), 마치 장군이 군진(軍陣)을 정돈하자 백만 군졸이 창을 옆으로 비끼고 칼을 휘두르며 다투어 적진으로 내닫는 듯도 하고, 늙은 스님이 공(空)을 강론하자(‘공(空)’사상을 강연하자) 수천의 중들이 가사를 어지러이 걸치고 급하게 참선에서 돌아오는 듯도 하다. 새 모습을 한 것은 나는 듯 쪼는 듯, 새끼 부르는 듯 꼬리 뒤채는(꼬리를 엎거나 젖히는) 듯하여, 마치 기러기 무리가 날개를 가지런히 하여 행렬을 이루어 가을 하늘에 점을 찍듯 열을 지은 듯도 하고(골짜기의 모습), 짝 잃은 난(鸞)새가(중국의 전설 속의 새) 외로운 그림자를 떨어뜨리면서 머뭇거리다가 거울 속으로 날아 들어가는 듯도 하다. 짐승 모습을 한 것은 웅크린 듯 엎드린 듯, 달리는 듯 누운듯하여, 양들이 흩어져 풀을 뜯다가 해가 저물어 내려오는 듯도 하고 사슴들이 험한 곳을 달리다가 발을 헛디뎌 놀라 추락하는 듯도 하다
지금(여행에서 돌아와 본 후) 생각하면, 망고대와 만폭동에서 본 것은 모두 아이들의 장난같이 여겨진다(‘영랑재’에서 본 것에 비하면)
영랑재에서 절정까지 4, 5십 리를 에두르고(에워서 둘러싸고) 비스듬히 가는 길에, 해송과 측백나무는 모두 바람을 싫어하여 줄기가 한쪽으로 쏠리고, 서로 뒤얽혀 짙고 옅은 푸른빛을 띠었으며, 그 키가 서너 장(丈)쯤(한 장은 3m) 되어 보였다. 사람이 그 위로 걸어가니 마치 풀로 엮은 다리 위를 걷는 듯했다. 승려 지능이 발을 헛디뎌 4, 5십 보를 굴렀지만 떨어지지는 않았다.
또 4, 5백 보를 걸어 비로봉에 올랐다. 사방을 빙 돌며 둘러보니, 넓고도 아스라하여(보기에 아슬아슬할 만큼 높거나 멀어서) 그 끝을 알지 못할 정도였다.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이 마치 학을 타고 하늘 위로 오르는 듯하여, 나는 새라도 내 위로는 솟구치지 못할 것 같았다
이날 천지가 맑고 개어 사방으로 작은 구름 한 점도 없었다. 나는 승려 성정에게 말하였다.
“물을 보면 반드시 원류(源流)까지 궁구해야(연구해야) 하고 산에 오르면 반드시 가장 높이 올라야 한다고 했으니, 요령(要領)*이 없을 수 없겠지요. 산천의 구분과 경계를 하나하나 가리킬 수 있겠습니까(질문을 통해 ‘산과 골짜기’에 대한 관심을 확장하는 부분)?”
성정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두루 보여 주었다. - 홍인우, 「관동록」 -
*요령: 가장 긴요하고 으뜸이 되는 골자나 줄거리.
●핵심정리
이 글은 퇴계 이황과 같은 대학자들로부터 촉망을 받았으나 그 능력을 널리 발휘하지 못하고 29세의 나이로 요절을 한 홍인우(洪仁祐)가 관동의 금강산을 비롯한 명승지를 유람하고 쓴 일기체 기행문으로 산수유람을 통해 풍류와 해학을 즐김은 물론 도의 본질을 탐구하고, 현실의 자신을 초월하려는 조선 선비의 고양된 정신 활동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갈래 : 고전수필, 기행수필
▶여정 : 망고대 → 만폭동 → 영랑재 → 비로봉
▶제재 : 관동 기행
▶주제 : 금강산 영랑재에서 비로봉까지의 여정을 기록함(출제된 부분)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홍인우가 1553년(명종 8년)에 금강산 등 관동지방을 유람하고 쓴 일기체 의 기행문이다. 홍인우가 허국선 · 남시보와 함께 1553년 4월 9일 서울을 떠나 5월 28일까지 49일 동안 육로로 923리, 바다로 405리, 산길을 280리 여행하였음을 기록하였다. 여정을 보면 서울을 출발하여 양주 회암사(檜巖寺), 석문현(石門峴), 풍전역(豊田驛), 가로현(可盧峴), 김화(金化), 금성(金城), 창도역(昌道驛), 보제진(普堤津), 통구현(通溝縣) 등지를 거쳐 금강산에 이르는 길을 택하였다. 산천의 경치와 거리 등이 매우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으며, 비교적 빠른 시기의 기행문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16세기 중엽의 지명 · 도로 · 교량 · 산천 · 경치 · 인심 등을 알 수 있으며, 재미있는 일화 등이 실려 있다.
<추가>
홍인우가 1553년(명종 8)에 금강산 등 관동지방을 유람하고 쓴 일기체 기행문이다. <관동일록(關東日錄)>이라 하기도 한다. 1책. 목판본. 책 앞에는 1553년 이황과 황효공이 쓴 서문이 실려 있는데, 황효공의 서문은 다른 내용으로 잘못 부록된 것으로 보인다. 홍인우가 허국선·남시보와 함께 1553년 4월 9일 서울을 떠나 5월 28일까지 49일 동안 육로로 923리, 바다로 405리, 산길을 280리 여행하였음을 기록하였다. 여정을 보면 서울을 출발하여 양주 회암사(檜巖寺), 석문현(石門峴), 풍전역(豊田驛), 가로현(可盧峴), 김화(金化), 금성(金城), 창도역(昌道驛), 보제진(普堤津), 통구현(通溝縣) 등지를 거쳐 금강산에 이르는 길을 택하였다. 산천의 경치와 거리 등이 매우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으며, 비교적 빠른 시기의 기행문으로 의의가 있다. 16세기 중엽의 지명·도로·교량·산천·경치·인심 등을 알 수 있으며, 재미있는 일화 등이 실려 있다.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다.
이와 같은 금강산을 다룬 유람기인 홍인우의 <관동록> 같은 경우, 당대의 대학자 이황과 이이의 깊은 관심을 끌어 두 사람이 발문을 써주기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이는 홍인우의 글에 주석을 달기까지 했다. 이처럼 <관동록>에는 일찍이 이황과 이이로부터 학문의 깊이를 인정받았으나 29세의 나이로 아깝게 요절한 젊은 천재 홍인우의 사상적 깊이와 발자취를 더듬을 수 있다.
“낮은 데서부터 높은 이상으로 상승하고 지류를 소급하여 근원을 탐구하는 것이 배우는 사람의 일임에야, 산놀이의 가치는 새삼 다시 말할 것이 없으리라.”
이는 <관동록>의 한 구절로, 산수 유람을 통해 풍류와 해학을 즐김은 물론 도의 본질을 탐구하고, 현실의 자신을 초월하려는 조선 선비들의 고양된 정신활동을 잘 드러내고 있다. 조선 선비들에게 있어서 산은 치열한 자기 수련의 도장이자, 티끌세상에서 벗어나 잠시 신선이 되어 산천을 누비는 휴식과 풍류의 공간이었고, 임금을 그리며 사모하는 곳이기도 했다.
따라서 산을 유람한 후 작성한 선비들의 유람록에는 산수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안내뿐만 아니라 여행자의 인생, 철학, 예술이 녹아들어 있다. 즉, 정보 전달을 주목적으로 하는 오늘날의 일반 여행서와 달리 선비들의 유람록은 그들의 사상을 소개하는 철학서이자, 미적 감각이 녹아 있는 문체를 볼 수 있는 예술서이며 그 시대의 사회와 풍속을 소개하는 인문서이다.
공지사항 
2-1 수업활동
고전문학
이문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