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비가 오면 수업 시간에도 창문을 통해 밖을 내려다 보는 걸 좋아한다.
그곳에서 우산을 받쳐 든 아이들의 모습과 비에 젖은 운동장의 모습, 그리고 과거의 기억과 느낌들을 본다.
언제였던가 !
난 어느 섬마을의 조그마한 학교에 발령을 받아서 국어를 가르쳤다.
그곳에서 한 학기를 보내고, 난 아이들과 헤어져 군대에 가게 되었다.
그 때, 내가 배를 타고 그 섬을 떠나 올 때 아이들은 선착장에서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면서 눈물을 닦았다.
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 때 배를 같이 타고 있던 어느 여선생님이 했던 말이 생각이 난다.
"이문수 선생님도 따라 눈물을 흘리네요"
그 때 이후로, 난 그 아이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아무 것도 그들에게 해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함께...
언젠가 '빙점'을 지은 일본의 유명한 작가 미우라 아야꼬는 이런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남편을 대할 때는 항상 마지막이라는 태도로 섬겨라"
난 남편도, 아내도 잘 모른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대하라는 말은 그 후에도 내가 학생들을 대할 때마다 늘 나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게 되었다.
그 후 군대를 제대하고, 관양여자중학교를 거쳐, 1997년 평촌고등학교에 부임했을 때 함께 입학했던 너희들,
1997년 같이 밤늦도록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보충수업을 하고...
또 재작년에 3학년을 가르칠 때에는 가끔씩 퇴근하면서 2학년 복도에서 창문을 통해 너희들을 보면서 내년에는 내가 가르치게 되길 바라며 바라보던 너희들....
그리고 너희가 3학년이 되어서 다시 만나 문학 수업을 하고, 언어 특강을 어두워질 때까지 했던 일들
항상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그리고 야단을 쳐서라도 아이들을 공부시켜야 한다는 생각들...
그런 것들과 함께 있었던 기쁨, 트러블, 그리고 화해 등등
이런 것들과 함께 한 만남의 시간들....
그러나 이젠 너희들과의 모든 것이 끝나고 있는 이 때,
좀 더 다정하게 해 주지 못했던 일들이 나에겐 후회로 다가오는구나....
그리고 졸업할 때가 되어 이젠 떠나려 하는 너희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하는데...
부끄러움이 앞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생각만 많이 하는 나의 모습이 싫다.
하지만 이젠 그 모든 것들을 그리움으로 가려야지...
요사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게 마련이고 떠난 사람은 다시 온다"는 그 말이 가슴 깊이 다가온다.
그래 지금은 헤어져도 언젠가는 다시 만나서 서로 웃을 수 있겠지..
'그 때가 빨리 왔으면' 하고 아직 헤어지지도 않았는데 벌써 기도해 본다.
어쩌면 나에겐 이제 비가 오면 생각할 것이 하나가 더 늘어난 것 같다.
비가 오면 너희들과 함께 했던 기억들도 창 밖을 통해 보겠지....
올해는 눈이 굉장히 많이 온다.
오늘도 눈이 올 것 같은 날씨이다.
어쩌면 이젠, 눈이 와도 창밖을 보면서 너희들을 생각할 지도 모르지....
'그럼 난 영원히 눈도 좋아해야겠구나.!'
아니 벌써 눈이 좋아지기 시작함을 느낀다.
----나의 아이들이 떠날 졸업식 전날에....
고병찬
2010-03-11 11:42
선생님의 예쁜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좋네요.
모든 선생님들이 공감하는 마음이란 생각이 듭니다.
공지사항 
2-1 수업활동
Home Intro
이문수
http://munsu.pooding.com
고병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