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집이 가난해서 말이 없으므로 혹 빌려서 타는데, 여위고 둔하여 걸음이 느린 말이면, 비록 급한 일이 있어도 감히 채찍질을 가하지 못하고 조심조심하여 곧 넘어질 것 같이 여기다가, 개울이나 구렁을 만나면 내려서 걸어가므로 후회하였으나, 발이 높고 귀가 날카로운 준마로서 잘 달리는 말에 올라타면, 의기양양하게 마음대로 채찍질하여 고삐를 놓으면 언덕과 골짜기가 평지처럼 보이니 심히 장쾌하였다. 그러나 어떤 때에는 위태로워서 떨어지는 근심을 면치 못하였다. / 기-남의 말을 빌려 탔을 때의 기분
아! 사람의 마음이 옮겨지고 바뀌어지는 것이 이와 같을까? 남의 물건을 빌려서 하루 아침 소용에 대비하는 것도 이와 같거든, 하물며 참으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이랴. / 승-제 소유일 때의 기분
그러나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어느 것이나 빌리지 아니한 것이 없다. 임금은 백성으로부터 힘을 빌려서 높고 부귀한 자리를 가졌고, 신하는 임금으로부터 권세를 빌려 은총과 귀함을 누리며, 아들은 아비로부터, 지어미는 남편으로부터, 비복(婢僕)은 상전으로부터 힘과 권세를 빌려서 가지고 있다.
그 빌린 바가 또한 깊고 많아서 대개는 자기 소유로 하고 끝내 반성할 줄 모르고 있으니 어찌 미혹(迷惑)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다가도 혹 잠깐 사이에 그 빌린 것이 도로 돌아가게 되면, 만방(萬邦)의 위에 있던 임금도 짝 잃은 지아비가 되고, 백성(百乘)을 가졌던 집도 외로운 신하가 되니, 하물며 그보다 더 미약한 자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맹자가 일컫기를 "남의 것을 오랫동안 빌려 쓰고 있으면서 돌려주지 아니하면 어찌 그것이 자기의 소유가 아닌 줄 알겠는가?" 하였다. / 전-세상 일의 본질
내가 여기에도 느낀 바가 있어서 차마설을 지어 그 뜻을 넓히노라. / 결-글을 쓴 취지
●핵심정리
▶갈래 : 설(說) 이치에 따라 사물을 해석하고, 시비를 밝히면서 자기 의견을 설명하는 한문의 한 문체
▶주제 : 소유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
▶표현상의 특징
① 일상적 경험에서 인간의 삶과 관련된 보편적 의미를 찾아내고 있다.
② 자신의 내면 심리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관찰하는 반성적 태도가 문제제기의 바탕이 되고 있다.
③ 자신의 행위와 심리에 대한 이성적 판단을 통해 소유와 관련된 사람들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④ 진술에 있어서 예를 들어 뒷받침하고, 인용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⑤ 사실의 내용과 깨우침의 내용을 그 차이점이나 중요성에 있어 나누어 밝히는 분석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⑥ 개성적 관점과 지성적 깊이로 사실로부터 깨우침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고려 시대의 문인 이곡(利穀)의 수필이다. 말을 빌려 타면서 느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인간의 소유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표현한 글이다. 말을 빌려 탄 개인의 체험을 상상과 유추를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일로 일반화시키는 사고 과정에 대해 학생들은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고, 이러한 재미를 맛보면서 지은이가 얻은 사색의 결과와 그 속에 내포된 교훈적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지은이가 생각한 세계에 한 발 다가서는 일이며, 문학을 한층 더 감동적인 것으로 수용하는 일이다. 학생들은 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체험을 확대하는 즐거움, 상상의 세계를 이해하고 발견하는 창조적 즐거움, 자기 자신을 깨닫는 즐거움을 맛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설(說)의 문학 장르상의 특징
-교훈적 : 개인적인 체험으로부터 얻은 가치를 독자에게 전달함.
-우의성 : 인간인 아닌 다른 사물, 특히 동물을 끌어들여 이야기를 전개한 뒤 그것을 추상화한 주제를 전달한다.
-논변적 : 사물의 속성이나 체험으로부터 삶의 가치를 추출함.
▲‘설(說)’의 일반적 짜임
사실 + 의견(해석, 깨달음)의 2단 구성
사실 제시 + 의미 부여(논거+결론)
전제 + 결론 (개인적 체험 + 보편화된 사물의 이치)
⇒ 화제 간(전·후관계)의 관계를 분명히 보여줌으로써 주제를 분명히 드러내 줌.
● 핵심문제
1. 이 글의 짜임에 대한 설명으로 바르지 않은 것은？
① '선 논거+ 후 결론'의 짜임이다.
② 개인적 깨달음이 독자의 보편적 공감으로 확산되는 구성이다.
*③ 주장과 그 근거를 체계적, 의도적으로 배치한 논리적 구성이다.
④ 앞에서는 구체적 사실을 말하고 뒤에서는 그 의미를 말하고 있다.
⑤ 자신의 체험에서 시작하여 일반적, 객관적 방향으로 서술하고 있다.
2. 이 글에 나타난 삶의 자세와 가장 유사한 것은？
*① 부귀를 탐하지 마라, 위기를 밟나니라.
② 오늘도 다 새거다, 호미 메고 가쟈스라.
③ 님 향한 일편 단심이야 가실 줄이 이시랴.
④ 고국의 못 듁는 고신이 눈물 계워 하노라.
⑤ 아희야, 무릉이 어디오 나는 옌가 하노라.
3. 이 글을 통해 알 수 있는 '소유'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을 간단히 쓰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빌린 것이며, 세상에는 본질적으로 영속적인 '소유'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4. 문학 작품 감상의 즐거움으로 볼 수 없는 것은？
① 새로운 사실의 발견 ② 체험의 확대 ③자기의 발견
*④ 지식의 축적 ⑤ 상상적 공감
5. 문학에 있어서 깨달음과 즐거움이 작용하는 방식으로 적절한 것은？
① 대조적 *② 동시적 ③ 순차적 ④ 선택적 ⑤ 인과적
6. ‘차마설’의 주제로 볼 때, 이 수필의 갈래는？
① 중수필 *② 교훈적 수필 ③ 서사적 수필 ④ 서정적 수필 ⑤ 희곡적 수필
공지사항 
2-1 수업활동
고전문학
이문수
정종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