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에게는 서리를 이겨 내는 높은 절개가 있기 때문에 진나라 도잠이 이 꽃을 사랑한 것이다. 도잠이야말로 은일인(隱逸人)이다. 이 꽃을 가리켜 주무숙이 은일하다고 하였기 떄문에 은일의 이름을 얻게 된 것이지 국화 자신은 실로 은일하지 않다. / 국화가 은일의 이름을 얻게 된 유래
왕궁, 귀인, 부호가로부터 여염의 천한 선비에 이르기까지 뜨락이나 동산에 심어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고금의 시인 문사들이 가사나 서설을 지어 훌륭히 찬양했으며, 또 화가들은 아름답게 그 모습을 그렸다. 심지어 유몽, 범지능, 사정지, 왕관 등은 그 종류를 빠짐없이 모아 국화의 계보를 만들었으니, 과연 국화를 보고 바위와 숲이 어울린 험한 빈터에 깊숙이 숨어 삶으로써 사람들이 그 아름을 모르는 꽃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혁혁한 그 명성은 모란보다 더 높다. / 혁혁한 명성을 지닌 국화의 실상
그러니 참으로 꽃 중에서 은일한 것은 ‘어상(禦霜)’이라 하겠다. 이 꽃은 담홍색으로 송이가 많으며 잎은 국화와 같은데 줄기가 약간 가늘다. 늦가을에야 비로소 피며, 서리가 내릴수록 그 빛깔이 더욱 선명하니, 아마 도잠이 이 꽃을 보았다면 그 사랑이 국화에 대한 것보다 못하지 않았을 것인데, 어찌 된 연유로 지금토록 아름다운 빛깔과 높은 은일의 덕을 홀로 간직하고, 세상에 그 이름을 숨기고만 있을까. / 은일의 덕을 지닌 ‘어상’의 특성
나 역시 이제야 이 꽃을 보았으니 이와 같은 종류가 얼마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필시 깊숙한 산언덕 쑥대와 넝쿨이 엉킨 사이에 절개를 가진 꽃들이 어상처럼 숨어 살고 있을 것이다. 참답게 산야에 숨어 사는 선비들은 이런 꽃들을 알겠지만, 설령 알고 있는 자가 있다 하더라도 이런 꽃들이 도잠처럼 글을 지어 이름을 널리 드러내 주기를 바라랴. / ‘어상’이 지닌 참다운 은일의 덕
●핵심정리
▶주제 : 꽃을 통해 발견한 은일의 덕
▶특징 : 자연물에 가치를 부여하여 주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작품 구조
▪ 국화
* 명성이 높음
* 거짓된 은일(隱逸)의 덕
↕↕
▪ 어상(禦霜) = 참된 선비
* 세상에 알려지지 않음
* 참다운 은일(隱逸)의 덕
●구성
1문단 : 국화의 명성과 질실로 은일(隱逸)한 꽃인 “어상”
2문단 : “어상”의 특징
3문단 : 참다운 은일의 덕을 지닌 “어상”
●이해와 감상
조선 후기 문신이자 실학자인 글쓴이가 '어상'으로 이름 붙인, 세상에 알려져 있지 않은 꽃을 통해 은일의 덕에 대한 의미를 전달하는 글이다. 세상 사람들이 은일의 상징으로 알고 있는 국화가 진정한 은일의 의미가 아님을 말하면서, 진정한 은일은 세상의 명성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주제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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